서귀포로 향하는 이른 아침, 유난히 맑은 하늘이 한라산의 자태를 더 선명하게 비추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진 제주 풍경은 언제나처럼 평화로웠지만, 오늘은 특별히 눈 덮인 한라산이 중심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라산 정상부가 하얗게 빛나는 모습은 겨울의 서늘한 아름다움을 가득 품고 있었다.
마치 하얀 이불을 덮고 고요히 잠든 거대한 생명체처럼 보이기도 했다.
바람은 차가웠지만 쾌청한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서귀포 이마트로 장을 보러 가는 길이지만, 목적지는 오히려 부차적으로
느껴졌다. 이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값진 하루였다. 눈 덮인 한라산을 바라보며 차를 몰다 보면, 마음속에 잔잔한 고요가 밀려왔다. 제주에서의 삶은 이런 순간들로 채워지는 것 같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곳곳에 숨어 있다.
한라산의 사계와 겨울의 특별함
한라산은 사계절 내내 아름답다. 봄이면 분홍빛 철쭉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푸른 숲과 청량한 공기가 마음을 씻어준다. 가을에는 단풍의 화려함이 눈길을 사로잡지만, 겨울의 한라산은 그 모든 계절 중 가장 고요하고 신비롭다. 눈 덮인 산봉우리의 모습은 섬세한 조각품처럼 느껴진다. 특히 오늘처럼 시리도록 맑은 날에는 그 자태가 더 돋보인다.
제주살이의 소소한 일상
제주에서의 삶은 대체로 소박하다. 장 보러 가는 길도 특별할 것 없을 때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그런 일상조차 작은 모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오늘처럼 한라산을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날이면, 평범한 일상 속에서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발견하게 된다.
서귀포로 이어지는 도로에는 귤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겨울이면 익어가는 귤들의 주황빛이 이맘때의 대표적인 풍경이다.
나무에 매달린 귤은 마치 작은 등불처럼 햇빛을 반사하며 반짝거린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이 풍경은 따뜻한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겨울 제주만의 독특한 색채다.
장을 보며 만나는 제주 사람들
이마트 주차장에 도착하니, 한결 분주한 기운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겨울나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각종 물건들이 진열된 매장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활기가 넘쳤다.
한가득 장을 보고 나오며, 이곳이 주는 편안함이 삶의 작은 위로처럼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 한라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은 해가 점점 기울며 산봉우리가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눈 위로 반사되는 석양빛은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눈부실 만큼 아름다웠다.
이러한 순간들을 보며 다시금 느낀다. 제주살이는 화려하거나 특별하지 않지만, 자연이 주는 소소한 선물로 가득하다는 것을.
하루의 끝자락, 저녁 준비를 하며 한라산과 함께했던 시간이 문득 떠올랐다.
저 산이 우리를 지켜주는 듯한 든든한 느낌과 자연 속에서 살아간다는 감사함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이렇게 소박한 날들이 모여 제주살이는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된다. 눈 덮인 한라산은 그 이야기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오늘의 주인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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