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의 끝과 2025년의 시작: 따뜻한 식탁 위의 이야기
12월의 마지막 날, 창밖은 차갑고 고요했지만 우리 집 부엌은 따뜻한 열기로 가득했다.
올해는 특별히 연말을 맞아 직접 끓인 시래기감자탕으로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연애시절부터 시래기감자탕은 우리 부부의 소울푸드?였다.
추운 겨울날마다 큼지막한 감자와 고소한 시래기를 듬뿍 넣고 푹 끓여 먹던 그 냄새와 맛이 아직도 기억난다.
아침 일찍 하나로마트에서 가장 싱싱한 돼지등뼈를 담았다. 유기농 시래기와 돼지등뼈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와 본격적으로
요리를 시작했다. 등뼈를 깨끗이 데치고, 고소한 육수를 내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렸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부엌에 퍼지는
구수한 향이 피곤함을 잊게 해주었다.감자탕은 뽀얀 국물과 부드러운 감자가 어우러져 완성되었다.
식탁에 마주 앉아 뜨끈한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 우리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이 맛이야!" 한마디에 박장대소했다.
얼큰하고 깊은 맛의 감자탕은 온몸을 따뜻하게 덥혀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한 해 동안의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시간이 흘러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고, 새해가 밝았다.
모두 새해 인사를 주고받으며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나눴다.
아침이 밝자마자, 이번에는 아내가 떡만둣국을 준비했다. 우리 집에서는 새해 첫날 떡만둣국을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것이 루틴이다. 냉동실에서 만두를 꺼내고, 떡국떡은 먹기 좋게 물에 담가 불렸다.
육수는 진한 사골 국물에 다시마와 멸치육수를 더해 깊은 풍미를 더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에 떡과 만두를 넣고, 부드러운 한우 양지를 썰어 넣고 마지막으로 잘게 썬 파와 김 가루,
그리고 노란 계란 지단으로 마무리했다.
식탁위에 떡만둣국이 올려놓고 우리는 또다시 감탄했다.
만두 속의 고기가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고, 쫄깃한 떡은 진하고 부드러운 국물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진하고 고소한 한우 양지는 더 없이 부드러웠다. 아내는 웃으며 "이렇게 시작하는 새해라면 올해도 분명히 잘 풀릴 거야"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설희 산책도 시킬 겸, 소화도 시킬 겸 동네 산책을 하면서 이웃에게 아침에 구워 낸 치아바타를 나눴다.
겨울 공기의 차가운 기운이 오히려 상쾌하게 느껴졌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2025년의 첫날은 그렇게 잔잔하고 따뜻하게 흘러간다. 연말연초의 따뜻한 식탁 위의 기억은 단순한 음식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아내와 함께 나누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정성을 다해 준비한 한 끼 식사가 얼마나 큰 행복을 줄 수 있는지를 다시금 깨달은 시간이었다.
올 한 해도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며 보낼 수 있기를, 그리고 매 순간마다 감사하며 살아가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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