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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기

11월의 시작 '강한 빗줄기 속에 스며든 하루, 제주 중산간의 이야기'

by 바폴락 2024.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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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 우리가 살고 있는 제주의 중산간마을은 고요함을 품고 있습니다.

해가 떠오르기도 전, 얇은 안개가 대지를 감싸며 부드러운 회색빛으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 듯한 시간.

새벽을 깨우는 빗소리가 귓가를 요란하게 때리면서 시작된 오늘의 이야기

11월의 시작은 '강한 빗줄기와 함께합니다.

비가 내리는 날의 제주, 특히 중산간마을의 비는 조금 특별합니다.

차가운 공기와 잔잔히 내리는 빗줄기 속에서 마을은 평소와는 다른 표정을 지어 보입니다.

단단히 닫힌 창문 너머로 빗방울이 떨어져 내리며 퍼지는 소리, 한 방울씩 점점 퍼져나가는 빗물 무늬는 마치 자연이 그린 섬세한

수채화 같기도 합니다.

모든 풍경은 그저 고요히, 부드럽게, 그렇지만 한없이 깊이 우리의 마음속에 스며듭니다.

동네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다 보면, 돌담이 유난히 반짝이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제주 돌담은 독특한 모양새와 색깔로, 비에 젖으면 더 짙어진 회색빛이 됩니다. 하나하나의 돌은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듯

보입니다. 어느 하나 같은 돌이 없고,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로 세월을 견뎌온 돌담은 빗방울을 머금고 더 무게감 있게

있습니다. 그 돌들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나온 이야기를 들려주려는 듯, 그 돌담 앞에 서서 잠시 귀를 기울여봅니다.

 

비 오는 날에는 마을의 풍경도 고요하게 가라앉지만, 그 속에서 생명들은 조용히 숨을 쉰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풀잎 하나하나에 맺힌 빗방울들이 반짝이며 작은 숨결을 드러내고, 흙은 촉촉해져 새 생명들이 자라나기에 알맞은 땅으로

변해갑니다.  빗방울이 내려앉은 나무 잎사귀는 그 빛깔이 더 짙어지고, 먼 길을 여행하듯 방울이 뿌리 쪽으로 굴러 떨어질 때마다

무언가를 새롭게 깨닫는 느낌마저 듭니다.

 

제주의 중산간마을에 산다는 것은 계절의 변화를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자연스럽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바람이 스치고, 햇빛이 내리쬐고, 비가 내리며 모든 것들이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부드럽게 지나가지만, 그 모든 순간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이곳 삶의 방식이기도 합니다.

오늘의 강한 빗소리마저도 자연이 들려주는 노래처럼 다가와 잠시 일상의 소란스러움을 잠재워 줍니다.

우리의 제주 중산간마을에서의 삶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는 비의 존재가 새삼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오후가 되면, 빗줄기는 점차 가늘어지기를 바래보지만 예보는 내일 아침까지 비가 이어질 거라 합니다.

내일이면,  집앞 오름을 감싸던 비구름도 천천히 흩어지고, 안갯속에 가려졌던 오름의 선이 얼굴을 드러내기 시작하겠죠?

바깥의 비 냄새와 안채에서 아내가 구워내는 빵 냄새가 섞여서 편안하고 아늑한 공기를 만들어 내는 이 시간이 참 좋습니다.

 

빗소리가 그치며 생기는 정적이 익숙하면서도 묘하게 아쉬운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오늘은 종일 집에서 비 내리는 고요함을 즐기면 , 우리 기분도 말랑말랑 해질 것만 같은 평온함이 찾아올 듯합니다.

 

이처럼 11월을 시작하는 첫날, 제주 중산간마을에서의 비 오는 날은 단순히 날씨의 변화가 아니라, 매 순간 대지를 적시고,

그 위에 살아가는 모든 존재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느낌을 새삼 되새기게 해 줍니다.

이 고요한 날들 속에서, 우리 부부는 그저 소박하게, 그러면서도 한없이 깊이 있는 하루하루를 쌓아갑니다.

11월의 시작을 알리는 이 비는 우리의 모든 이야기를 고요히 감싸주고, 또 그 위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서서히 쌓아가게 할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곳에서의 날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또 고요하게 흘러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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