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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2007년 홍콩 여행의 추억을 사진에 담다

by 바폴락 2025. 1.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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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결혼 후 매년 수차례 홍콩을 여행했다.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이자 동서양 문화가 조화를 이루는 홍콩은 여행 전부터

우리에게 큰 기대를 품게 한 도시였다. 그때의 나는 필름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를 함께 준비해 여행의 순간을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오늘은 2007년의 홍콩 스냅을 꺼내본다.

 

홍콩으로 떠나다 – 설렘 가득한 첫발

홍콩행 비행기에 오르던 날,  한두 번도 아닌데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여행 계획을 세우며 프린트한 지도와 가이드북을 챙겼다.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바다와 독특한 공항 구조물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공항에서 AEL(공항철도)을 타고 도심으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펼쳐진 홍콩의 마천루를 바라보며 '드디어 내가 홍콩에 왔구나'라는 실감이 들었다. 첫 번째 목적지는 바로 침사추이(Tsim Sha Tsu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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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사추이에서 만난 홍콩의 과거와 현재

침사추이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홍콩의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인 스타의 거리(Avenue of Stars)로 향했다. 

스타의 거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빅토리아 하버(Victoria Harbour)의 풍경이었다. 낮에도 멋졌지만, 밤이 되면서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변했다. 저녁 8시가 되자, '심포니 오브 라이츠(A Symphony of Lights)'라는 홍콩의 야경 쇼가 시작되었다.

빌딩마다 형형색색의 조명이 번쩍이며 음악과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그 순간을 놓칠 수 없어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고, 지금도 그 사진을 보면 당시의 감동이 떠오른다.

몽콕, 야시장 그리고 현지의 삶

다음날 아침, 나는 홍콩의 번화가 중 하나인 몽콕(Mong Kok)을 찾았다. 몽콕은 다양한 시장과 상점들로 가득 차 있는 곳으로, 홍콩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지역이다. 특히, 레이디스 마켓(Ladies' Market)과 템플 스트리트 야시장(Temple Street Night Market)이 유명했다. 그곳에서 나는 거리 음식을 맛보며 홍콩의 진짜 매력을 발견했다.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는 어묵(Fish Balls), 와플(Egg Waffle), 그리고 스위트 두부(Douhua) 등을 맛보며, 현지인들의 소박한 일상을 체험할 수 있었다.

이날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 중 하나는 시장을 거닐다 우연히 만난 오래된 서점이었다. 낡은 책들이 가득한 작은 공간에서, 나는 오래된 홍콩 사진집을 발견했고, 그 책을 구입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홍콩을 방문하면, 그 책 속의 사진과 지금의 홍콩을 비교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책장을 넘겼다.

홍콩의 랜드마크 – 빅토리아 피크와 트램 여행

홍콩을 방문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빅토리아 피크(Victoria Peak)이다. 이곳은 홍콩 도심과 빅토리아 하버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다.

나는 전통적인 피크 트램(Peak Tram)을 타고 정상으로 올랐다. 45도 가까이 기울어진 철도를 따라 천천히 오르면서 점점 작아지는 건물들을 내려다보는 경험은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정상에 도착하니, 저 멀리 홍콩섬과 구룡반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짙푸른 하늘과 빌딩 숲이 어우러진 이 광경을 놓칠 수 없어 카메라 셔터를 수없이 눌렀다.

 

홍콩 소호 거리를 걷는 여행자의 시선

홍콩의 중심부를 벗어나 언덕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곳이 나타난다.

바로 소호(SoHo, South of Hollywood Road) 거리다. 고층 빌딩이 빼곡한 센트럴 지역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이곳은,

유럽과 아시아 문화가 자연스럽게 녹아든 공간이다.

거리로 들어서자, 미드레벨 에스컬레이터(Mid-Level Escalators)가 눈에 띈다. 세계에서 가장 긴 야외 에스컬레이터라는 명성답게, 여행자와 현지인들이 줄지어 오르고 내리고 있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며 이곳의 분위기를 직접 느끼기로 했다.

좁은 골목마다 개성 넘치는 카페와 바, 레스토랑이 자리 잡고 있다. 유럽풍 테라스가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홍콩 전통 차 문화를 이어가는 찻집, 그리고 거리 아트가 그려진 벽까지, 소호는 자유로운 감성이 가득한 곳이었다.

한적한 골목을 걷다 보니, 세월이 묻어나는 앤티크 가게가 보였다. 오래된 중국풍 가구와 빈티지 소품들이 가득한 그곳에서 나는 홍콩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조금 더 걸어가니 향긋한 커피 내음이 퍼진다. 작은 로스터리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주문한 뒤, 창가에 앉아 거리를 바라본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지인들,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예술가, 그리고 나처럼 홍콩을 즐기는 여행자들. 모두가 이곳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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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마켓 앞에서 트램을 바라보며

홍콩 섬의 셩완(上環) 지역을 걷다 보니, 붉은 벽돌과 유럽풍 창문이 인상적인 웨스턴 마켓(Western Market)이 눈앞에 나타났다. 1906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오랜 세월을 견뎌온 듯한 고풍스러운 멋을 지니고 있었다. 과거 영국 식민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나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그때 멀리서부터 익숙한 종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자, 올드한 매력을 간직한 홍콩 트램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빨간색이

강렬했던 이 이층 트램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을 주었다. 트램의 창가에 앉은 승객들은 저마다의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창밖을 바라보며 사색에 잠겨 있고, 또 누군가는 신문을 넘기며 조용한 아침을 맞이하고 있었다.

트램이 레일 위를 따라 덜컹이며 지나갈 때, 나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프레임 속에는 웨스턴 마켓의 붉은 벽돌, 트램의 클래식한 디자인, 그리고 홍콩 거리의 바쁜 일상이 함께 어우러졌다. 2007년의 홍콩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였지만, 이곳에서만큼은 과거와 현재가 자연스럽게 공존하고 있었다.

 

사진 속에 남겨진 2007년의 홍콩

홍콩에서의 며칠은 짧았지만, 내 카메라에는 수백 장의 사진이 남아 있었다. 스타의 거리에서의 야경, 몽콕 시장의 활기찬 거리 풍경, 빅토리아 피크에서 내려다본 도시의 전경, 그리고 센트럴, 소호에서의 아름다웠던 감성까지.

시간이 지나면서 홍콩은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내 사진 속 2007년의 홍콩은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사진들을 다시 꺼내볼 때마다 나는 다시 그곳을 여행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랑했던  홍콩을 다음에 다시 방문해, 그때 찍은 사진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하며 또 한 번 새로운 추억을 남기고 싶다.

 

2007년의 홍콩은 내 기억 속에서 여전히 빛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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