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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기

제주 일기

by 바폴락 2025.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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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7일, 제주도의 뜨거운 햇살이 쨍하게 내리쬐던 오후, 파란 하늘은 한순간에 잿빛으로 변하며 세상을 뒤덮었다.

머지않아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며칠간 쌓였던 더위를 한 번에 쓸어내리려는 듯, 거센 폭우가 창문을 두드렸다.

그 요란한 소리를 들으며 나는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변덕스러운 제주 날씨는 매번 놀라움을 안겨주지만, 오늘은 유독

그 변화가 극적이었다.

 

 

 

 

그때, 주방에서 들려오는 고소한 냄새가 나의 시선을 돌렸다.

아내가 부침개 반죽을 휘저으며 능숙하게 프라이팬을 달구고 있었다. "비 오는 날엔 역시 부침개지!" 아내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빗소리에 맞춰 '지글지글' 소리를 내며 익어가는 반죽 위로 다진 해물과 싱싱한 부추가 가득 올라갔다.

아내가 뚝딱 만들어낸 음식은 다름 아닌 해물부추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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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릇하게 구워진 해물부추전은 접시에 담겨 나왔다. 한 조각을 떼어 간장에 살짝 찍어 입에 넣으니, 바삭한 가장자리와 쫄깃한 부추, 그리고 해산물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환상의 맛을 냈다. 밖에서 쏟아지는 비를 배경 삼아 아내가 부쳐준 해물부추전을 먹는 이 순간이 세상 가장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별다른 반찬 없이도 그 자체로 완벽한 한 끼였다. 아내와 나는 창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지난 한 주 있었던 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우리의 반려견 설희 이야기까지. 비록 날씨는 거칠었지만, 우리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충만했다.


다음 날인 8월 28일,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우리 집 개딸, 설희의 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귀를 계속 털고 불편해하는 설희의 모습에 마음이 쓰였다. "혹시 중이염일까? 아니면 알레르기?"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침 일찍

서둘러 설희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다행히 심각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한동안 꾸준히 귀에 약을 넣어줘여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 진료를 마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움직인 탓에 몸도 마음도 지쳐 있었다. "오늘은 집밥 차릴 힘이 없네. 그냥 나가서 먹을까?" 아내가 나를 보며 말했다. 나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문득 어제 내리던 비와 함께 생각났던 따끈한 국물 요리가 떠올랐다. 그래, 짬뽕이다!

우리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표선짬뽕맛집으로 소문난 중식당 '진'이 있다. 맛있어서 자주 찾는 식당인데 , 오늘 같은 날 방문하기

딱 좋을 것 같았다. 우리는 주저 없이 차를 몰아 그곳으로 향했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니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짬뽕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기대감을 안고 우리는 짬뽕과 짜장면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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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붉은 국물이 넘실거리는 먹음직스러운 짬뽕이 테이블에 놓였다.

신선한 홍합과 새우, 오징어 등 해산물이 가득했고, 그 위에 야채와 돼지고기가 올라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으니 뜨거운 김과 함께 얼큰한 냄새가 확 풍겨왔다. 한 숟가락 떠먹어보니, 진하고 깊은 국물 맛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어제 내린 비가 씻어주지 못했던 무거운 마음까지 개운하게 씻어주는 듯했다.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채소, 그리고

싱싱한 해산물을 번갈아 먹으며 우리는 말없이 짬뽕 한 그릇을 비워냈다.

어제는 비 오는 날의 운치를 즐기며 따뜻한 해물부추전을 먹었고, 오늘은 바쁜 하루의 피로를 풀어주는 얼큰한 해물짬뽕으로

든든한 점심을 해결했다.

 

제주에서의 일상은 이렇듯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채워진다.

갑작스러운 폭우가 내리든, 사랑하는 반려견의 건강에 신경 써야 하든, 우리 부부는 그 순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으로

서로를 위로하고 힘을 얻는다. 뜨거운 햇볕과 시원한 소나기, 그리고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사람. 이 모든 것이 제주에서의 삶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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